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와중, 한쪽에서는 조용한 방 안에 색이 바랬고 커다란 아차모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방 중앙에서는 한 사람이 작은 베베놈을 부드럽게 쓰다듬고 있었다. 그는 바로 포켓몬 리그의 챔피언, 버블이었다. "비서님, 요즘 블랙화이트단 상황은 어떻습니까?" 버블이 단정한 정장을 입은 남자에게 물었다. 그 남자는 버블의 비서로, 즉시 대답했다. "챔피언님, 오늘 자 몬스터 타임즈입니다. 보시죠." 비서가 내민 신문에는 굵은 헤드라인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블랙화이트단, 관동아카데미와 충돌… 학생 납치 사건 발생' 버블은 신문의 주요 기사를 빠르게 훑었다. '악의 조직 블랙화이트단이 최근 관동아카데미의 여학생 두 명과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남학생 한 명을 납치하고 교사직을 역임하던 박사 한 명을 살해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버블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신문을 내려놓았다. "참, 스케줄도 절묘하군. 오늘 관동 아카데미에 교육 목적으로 가야 하는데요. 이러다 블랙화이트단이 나까지 노리겠군요. 뭐, 베베놈이 포이즌테일로 방어해 줄지도 모르겠지만요." 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베놈이라면 충분히 해낼 겁니다, 애초에 그 아이는 다른 차원에서 온 녀석이니까요, 챔피언님. 하지만 챔피언님도 조심하셔야 합니다. 블랙화이트단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니까요." 버블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죠. 하지만,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질 줄은 몰랐어요. 블랙화이트단이란 이름을 처음 들어볼 때는 그냥 동네 깡패였는데.... 진짜로 이거 세상이 처음 포켓몬을 만났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네요. 그때는 모든 게 단순했는데 말이에요." 비서가 고개를 기울이며 물었다. "처음 포켓몬을 만났을 때요? 아, 저 초상화의 아차모 말씀인가요?" 버블은 잠시 초상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이내 살짝 슬픈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그 포켓몬을 처음 본 게…" --------------------------------------------------------------- 그 포켓몬을 처음 본 것은 어느 눈 오는 날이었다. 순백이 어둠을 집어삼킬 것처럼, 하얀 눈이 그 포켓몬의 머리까지 차오르던 날. 그 숲에서 그 포켓몬을 본 사람은 말했다. “ 아, 그 자태는 마치 꼭 설화 같았지 “ 혹한을 딛고 의연히 눈 튼 꽃송이였어. 희고도 불꽃 같은 아차모의 모습은 얼음에 잡아먹히지 않으려 저항하는 불꽃 같았다. 까스러진 발은 이미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먼 길을 지나온 거 같았다. 까마득히 어두운 길가의 아차모의 유일한 향도는 야천의 별빛이었다. 그 순간, 바로 반대편에서 별이 희미하게 밝혀졌다. 그 불은 가면 갈수록 밝아져 갔다, 한 어린아이와 중년의 여성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아차모에게 다가와 가방에 담고 있던 담요를 덮어 주었다. 아차모의 체온을 확인하고, 따뜻한 물로 몸을 씻겨주었다. 중년의 여성은 못마땅하게 아차모를 쳐다보았지만, 마지못해 아이를 도와 아차모를 케어해주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고, 아차모는 자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생기가 넘쳐보였다. 아이는 그 모습을 보고 안심하며 뒤도는 찰나, 아차모는 아이를 따라갔다. 그날, 포켓몬과 사람들 사이의 유대는 더욱 깊어졌다. 아차모가 아이를 따라간 이유는 단순히 감정적 연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포켓몬의 눈은 눈보라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처럼, 아이와의 만남이 자신에게 의미 깊은 변화가 될 것임을 예감한 듯 했다. 아이와 그 어머니는 산속 깊은 곳에 위치한 작은 오두막에서 쉬고 있었다. 아차모는 그들의 곁에 조용히 앉아, 뜨거운 불꽃처럼 따뜻한 존재감을 뿜어내었다. 이 오두막은 그들만의 안식처였고, 아이가 아차모를 돌보는 동안 어머니는 그들 곁에서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 아차모의 존재는 이 작은 공간을 더욱 아늑하게 만들었고, 아이는 자신이 이 포켓몬의 보호자가 되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밤이 깊어가면서, 외부의 찬 바람 소리와 함께 오두막 속은 점점 더 고요해졌다. 아이는 아차모의 따뜻한 체온에 감싸여 꿈결 같은 상태로 잠들었고, 아차모는 그 아이를 지키며 꼬리를 말아 불꽃처럼 아늑한 자리를 만들었다. 중년의 여성 역시 어둠 속에서 그 포켓몬의 존재에 감동받은 듯, 자기도 모르게 아차모에게 더 많은 신뢰를 가지게 되었다. 아차모와 지낸 지 50일이 되었다. 평범했던 어느 날, 그 비극이 닥치기 전까지는… 아차모는 이제 이 가족의 일원이었으며, 그들의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었다. 아이는 아차모와 함께 숲속을 탐험하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기쁨을 만끽했고, 어머니는 포켓몬과 함께하는 평화로운 시간이 계속되길 바랐다. 하지만 그날 아침, 일상은 예상치 못한 비극으로 뒤바뀌었다. 아이가 숲속의 낯선 구역을 탐험하기 위해 조금 떨어진 곳으로 혼자 나갔을 때, 사건은 시작되었다. 숲의 끝자락, 깊은 계곡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가 그곳의 험준한 절벽에서 발을 헛디디며 균형을 잃는 순간, 아차모는 눈치챘다. 순간이 지체된 듯, 모든 것이 느리게 흘렀다. 절망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그 순간, 아차모는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작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꽃 같은 의지가 그를 강하게 움직였다. 아차모는 전속력으로 달려가, 떨어지기 직전의 아이를 향해 자신의 몸을 날렸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있던 바위는 퍽 소리를 내며 부서졌고, 아차모는 온 힘을 다해 아이를 안전한 곳으로 밀어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아차모 자신은 균형을 잃고, 급격히 깊은 계곡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모든 소리가 멈추고, 세상이 한순간 얼어붙은 듯했다. 아이는 아차모가 사라진 곳을 향해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어머니는 절망적으로 그들의 이름을 외치며 숲속을 헤매다가, 마침내 아차모가 추락한 곳에 도달했다. 아차모는 이미 의식을 잃은 채, 싸늘한 바위 위에 쓰러져 있었다. 아이, 버블은 아차모에게 달려가 그 포켓몬의 무릎에 머리를 기댔다. 여전히 남아 있는 아차모의 미약한 온기를 느끼며, 버블은 끝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 순간, 버블의 마음속에 깊은 결심이 자리 잡았다. 아차모의 희생은 헛되지 않아야 한다고, 이 용기를 잊지 않고 살아가겠다고. "...그리고 그 결심은 세월이 흘러, 나를 포켓몬 리그의 챔피언 자리로 이끌었지." 버블은 슬픈 표정으로 초상화를 바라보며 울먹였다. 그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큼큼, 이제 슬픈 얘기는 그만하고 출발하자. 늦겠다 늦겠어." 비서는 미소를 지으며 일어나 문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챔피언님. 오늘도 중요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까요." 버블은 마지막으로 초상화를 한 번 더 응시한 뒤, 비서와 함께 방을 나섰다. 전투의 소음과 블랙화이트단의 위협이 남아 있는 세상 속에서도, 그는 아차모의 기억을 가슴에 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https://scratch.mit.edu/projects/1013980307/ 원작 팬소설 -인 더 오픈 포켓몬월드 공지사항!- -이번 편 썸네일과 대략적인 스토리는 버블님이 수고해주셨습니다. -20화부터 스볼님이 보조작가로 함께 작업하실 예정인데요. 이번 화 스볼님이 많이 수고해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