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한 조각을 } - 하루 (@HaruSky_) - [ 01화 / 첫 계단 ] - 매일 연재 [ 작가의 말 ]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1화입니다 잘 봐주세요!
[ 01 : 첫 계단 ] 긴 꿈을 꾼 기분이었다. 분명 난 8년 남짓 살았는데, 어째 몸이 무거운가. 하늘이 맑든, 흐리든. 나의 눈에는 그저 흐릴 뿐이었다. 햇빛 따위 눈이 부시게 하는 존재일 뿐이었고, 밥을 먹는 이유 역시 허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곳이 답답했다. 동화의 공주였던 나의 눈에는 나를 나가지 못하게 가두는 이곳이 감옥이었다. 창문에는 쇠창살이 나를 가로막았고, 나가려 할 때면 신하들은 나를 붙잡았다. 품위를 지키려고는 애썼지만, 모두가 나를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나도 구역질 나와, 가끔은, 아주 가끔은 소리를 지르거나 신하들을 때렸다. 나는 언제나 내 손에 들린 동화책의 공주인데, 어찌 이리 무례한가. . . . 진정을 할 때면 난, 이불을 끌어 덮고 나의 동화책을 펼친다. 첫 장, 둘째 장, 셋째... 고개를 기웃거리며 종잇장을 넘겨보았지만 셋째 장이 없었다. 하긴, 나는 여덟 살이 아닌가. 둘째 장에서 멈추었나 보다. 그러하다면 셋째 장이야, 곧 만들어질 것이다. . . . 신하 하나가 내게 종이 한 장을 건네며 말했다. "한수연 님, 이 문제, 풀어보실까요?" 쯧, 또 그 놈에 한수연... 공주라고 부르랬더만. 종이를 내려다보자, 맨 위에 적힌 글자들이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한수연 (72세)' '치매, 망상, 우울증 환자' '인지 능력 테스트 문제' 신하는 종이의 가운데와 아랫 부분을 가리키며 "이 문제들 푸시면 되는데요..." 같은 말들을 이어갔지만, 내 눈에는 위에 써진 글자들만 보일 뿐이었다. "문제가 어디 있다고 그래. 그리고 뭐, 치매? 망상...? 그리고 난 여덟 살이야, 내가 왜 일흔 두 살인데. 실수도 정도껏 해야지!" 이 날 처음 본, 20대 중반 정도 되어 보이던 신하는 일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듯 했다. 내가 화 내는 모습을 처음 본 것처럼,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으니. 그런 얼굴 마저도 역겨울 마당에, 어찌 나이를 일흔 두 살, 내 나이의 9배로 잘 못 쓰는가. "한수연 님, 올해 연세... 72세시잖아요." 첫 계단을 겨우 디딘 줄 알았던 나. 뒤를 돌아보니, 이미 밟고 오른 계단들이 깔려 있었다. 물 속에 빠진 것 같았다. 머리가 아팠다. 귀가 먹먹했다. 눈을 뜨지 못했다. 숨을 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