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한 조각을 } - 하루 (@HaruSky_) - [ 06화 / "돌아와요 부산항에" ] - 매일 연재 [ 작가의 말 ] 가수 조용필 님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1970년대 노래입니다~ 가사도 넣고 싶었다만.. 저작권(?)의 문제로... 찾아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 06 : "돌아와요 부산항에" ] 결혼 이후에는 부산으로 갔다. 아버지와 엄마가 이혼한 이후로 내 어릴 적을 보낸 곳, 울산을 떠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울산과 아주 가까운 지역인 만큼 사람들이 사투리를 쓰는 것과 전체적인 모습이 비슷했다. 그런데, 왜였을까. 그곳이 싫었다. 엄마를 울산에 두고 떠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름 후련했는데, 그런데. 울산 같지 않았다. . . . 다시 물에 잠긴 기분. 한참을 건조한 곳에 서 있다가, 깊은 물 속에 빠진 것 같았다. 입에서 물거품이 피어올랐다. . . . 난 잠시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데, 모든 게 뒤바뀌어 있었다. 왜 내 품에 아이가 있는 걸까. 아주 조그만 남자아이. 내 아들. 아들. 아들. 아들. 몇 번을 되뇌도 내 아이 같지 않았다. "장민수"... 첫째 아들.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만일 딸이었다면, 난 계속 무시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첫째부터 아들을 낳았으니, 인간 취급은 받을 수 있다. . . . 첫째 아들은 1968년생, 장민수. 둘째도 아들, 1970년생, 장민우. 셋째 딸, 1974년생, 장민희. 아들이 둘이나 있었다. 그 정도면 인정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 . . 때는 1977년 8월. 각각 10살, 8살이 된 두 아들들은 국민학교에 다녔고, 네 살이 된 막내 딸 민희는 집에서 시도때도 없이 울어댔다. 민희에게 밥을 먹이려고 했었다. '제발, 제발 좀 먹어라' 하는 마음으로 대충 밥을 퍼 입에 가져다 댔지만 성질을 부릴 뿐이었다. 울고, 불고. 평소 같았으면 억지로라도 먹인 다음에 달랬을 텐데, 그 날은 왠지 화부터 났다. "... 장민희. 먹어." 최대한 꾹 참은 뒤,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딸은 더욱 울어 댈 뿐이었다. 아, 제발. 내가 이러면서까지 살아야 할까. 결국 마음 속에 무언가가 뒤틀렸다. 버럭 소리를 지르며 발을 구를 지경에 이를 때 즈음, 초인종 소리와 동시에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 수, 수연아." 부드럽게 부르는 그 목소리. 엄마였다. 현관문까지 기어가듯 가, 문을 열었다. 반찬과 아기 옷 같은 것을 잔뜩 들고 서 있는 엄마를 보자 눈물이 터졌다. 미웠다. 여전히 엄마가 미웠다. 평소 같았으면 말 없이 찾아왔다고 싸늘하게 대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때는 그저 엄마 품에 안겨서 울고 싶었다. 서른 아홉, 마흔을 앞둔 나이의 어른이란 이름으로 버텨보려 했지만, 엄마의 품에 안겨 세상이 무너진 것 마냥 울어 대던 나는 그저 아이일 뿐이었다. . . . 엄마는 그날 날 말없이 안고 토닥여 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물을 필요도 없이 왜 그러는지 알겠다는 듯이... 엄마가 울산으로 돌아간 뒤엔, 지친 얼굴로 집안일을 했다. 설거지를 하는데, 라디오에서 익숙한 곡이 흘러나왔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항을 그리워하는 가사가 흘러나왔다. 슬퍼하는 가사를 들은 나는 그릇을 닦는 손을 멈추었다. 누군가는 부산을 그리워하지만, 나를 괴롭게만 만들었던 그곳, 부산에 묶여있던 나는 부산을 떠나고 싶어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