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한 조각을 } - 하루 (@HaruSky_) - [ 09화 / 남아있는 한 조각을 ] - 매일 연재 [ 작가의 말 ] 벌써 9화ㅠㅠ 내일 10화는 마지막 화...ㄷㄷ
[ 09 : 남아있는 한 조각을 ] 내 안에는 조각이 하나 있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박혀 빠지지 않았다. 나를 아프게 만들고, 나를 밉게 만들고, 끝내 날 부숴지게 만든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 한 조각을 미워할 수 없는 이유가 뭘까. . . . 시간이 지날 수록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아파질 뿐이었다. 시간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는 것. 젊음을 바쳐 키운 아들들은 대기업에 다니며 결혼도 하고, 자식까지 낳으며 살았다. 아들들의 인생에는 더 이상 내가 없는 듯 했다. 나를 보려 하지 않았다. . . . 유일하게 찾아오는 것은 딸. 여전히 딸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어색했다. 사과를 깎아 내 입에 한 조각 넣어주는 딸의 손길. 내가 그토록 무시하고 방치하던 딸은 어째서인지 나를 챙겨주었다. 내가 사랑을 주지 못한 딸은 내게 사랑을 주려 애쓴 것일까. 돌려줄 사랑이 더는 내 안에 남아있지 않은 듯 해 더 아플 뿐이었다. . . . 가끔은 내가 죽을 때가 된 것 같았다. 눈을 감으면 더 아팠다. '이제 끝인 걸까.' '이제 가는 걸까.' '엄마를.' '남편을.' '만나는 걸까.' . . . 아프지 않은 순간에도 나를 아픈 사람 취급하는 이들이 주변에 있었다. 그런 탓에 더 아파진 나는 더 이상 몸을 일으킬 수 없게 되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 생각이 많아진다. '내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든 생각일 것이다. '엄마.' '실은, 엄마랑 박정헌 아버지랑 눈이 맞았던 거,' '박정헌 아버지가 일방적으로 엄마 쫓아다닌 거였던 걸' '알았을 지도 몰라.' '알았는데도 모른 척 했어.' '엄마가 잘못한 걸로 하고 싶었어.' '엄마도 죄책감에 잡아먹히던 거, 알고 있었어.' '그런데.' '어린 마음에' '욕할 사람이 필요했나 봐.' '그래서 그랬나 봐.' . . . 우리 엄마. 내가 아홉 살 때. 아빠와 이혼을 한 이후로, 울산에 내려와, 힘들게 날 키운 우리 엄마. 난, 지금껏. 여덟 살의 내가 가장 행복했다고 믿었다. 부모님이 이혼하시기 전까지만. 행복했다고. . . . 죄책감과 스스로에 대한 안타까움, 그와 함께 공존하는 자괴감은 사람을 병들게 만든다. . . . 깊은 생각 끝에 나온 결과. 내게는 아직 남아있는 한 조각이 있다. . . . 그 한 조각이 무엇일까. . . . 아파. . . . 아파. . . . 아파. . . . 내 자신을 최대한 불쌍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아프단 말을 더 반복했다. . . . 그 끝에, 아프다고 말하는 것 조차. 생각하는 것 조차. 아픈 사람이 되어버렸다. . . . 내게 남은 한 조각은 날카로운 유리 조각이었을까. 유리가 박힌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