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은 온통 담배 연기와 미지근한 술 냄새로 절여져 있었다. 승연은 소파 끝에 위태롭게 걸터앉아 타들어 가는 담배 끝만 멍하니 바라봤다. 재가 툭, 바닥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미동조차 없었다. 도어락 눌리는 소리가 정적을 깼다. 은빈이었다. 그녀는 엉망이 된 거실 꼴을 보고도 놀라지 않은 채, 승연의 발치에 놓인 빈 술병들을 발끝으로 툭 밀어냈다. “또 이러고 있네.” 은빈의 건조한 목소리에 승연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충혈된 눈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왔어?” “어디까지 잊어버렸어, 이번엔.” 은빈이 그의 곁으로 다가와 앉으며 담배를 뺏어 들었다. 승연은 헛웃음을 흘리며 마른세수를 했다. “잊긴 뭘 잊어. 그냥 좀 잊으려고 애쓰는 중이지.” “승연아, 넌 그게 문제야. 눈만 감으면 다 없던 일이 되는 줄 알잖아. 어제 네가 나한테 뭐라고 했는지, 정말 하나도 기억 안 나?” 승연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사실 알고 있었다. 무언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걸. 하지만 인정하는 순간, 지금 겨우 붙잡고 있는 이 관계의 끈이 끊어질 것 같았다. 그는 비겁하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기억 안 나. 하나도.” “거짓말.” “진짜야. 그냥... 머릿속에 재가 가득 찬 것 같아. 아무것도 안 보여.” 은빈이 그의 턱을 잡아 강제로 시선을 맞췄다. 차가운 손가락 끝이 승연의 뺨에 닿았다. “도망치지 마. 네가 아무리 술 들이붓고 미친놈처럼 굴어도, 결국 눈 뜨면 내 앞이잖아. 너 나 없이 못 살잖아.” 승연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지 못했다. 오히려 그 손목을 꽉 움켜쥐었다. 절망적인 집착이었다. “...무서워, 은빈아. 네가 나를 똑바로 보는 게 너무 무서워서 그래.” 승연의 목소리가 젖어 들었다. 은빈은 대답 대신 그를 꽉 끌어안았다. 지독한 고독 속에서 서로를 갉아먹는 줄 알면서도, 두 사람은 그렇게 다시 서로의 어둠 속으로 숨어버렸다. 마치 내일은 오지 않을 것처럼.
조승연 나페스